오늘따라 안개가 낀 듯 유리창 넘어로 산이 뿌옇게 흐렸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사는 주부 A씨는 스마트폰에서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13살과 6살짜리 아이를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기 전 습관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미세먼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던 2020년 쯤부터 몸에 뱄다. 예년에는 10월 말쯤 되어야 미세먼지가 심해졌던 것 같은데, 올해는 시기가 조금 빨랐다고 느꼈다.

주부 A씨가 보는 애플리케이션은 주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준다. 얼굴 아이콘으로 미세먼지 상태를 표시하는 데, 웃거나 무표정이면 안심이다. 미세먼지 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찡그리거나 방독면을 쓴 모양이면, 마스크를 씌워 등교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 스마트폰 화면에 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 아이콘은 찡그린 얼굴이다. “다녀오겠습니다.” 마스크 너머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으며 A씨는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두 아이가 아파트를 빠져 나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A씨는 스마트폰을 다시 들어 잠금화면을 풀었다. 화면에는 방금 전 봤던 미세먼지 애플리케이션이 떠 있고, 찡그린 얼굴이 보인다. 문득 A씨는 궁금해졌다. 두 아이의 건강을 위해 매일 미세먼지 상태를 받아 보고는 있는데, 이 수치는 어디서 측정한 걸까? 그리고 측정 수치를 믿어도 되는 걸까?

2024년 9월 기준, 우리나라 대기질 측정소는 모두 661군데 설치돼 있다. 한국환경공단 또는 관할 지자체가 운영 중이다. 지난 20여년 간 꾸준히 설치가 늘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장소의 미세먼지 수치를 정확하게 재는 건 아니다.

사실 우리가 휴대폰 어플을 통해 받아보는 미세먼지 수치는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측정소에서 보내온 정보이다. 스마트폰에는 특정 위치를 알 수 있는 GPS가 있고, 내 위치를 바탕으로 가장 가까운 대기질 측정소를 찾아 그곳의 1시간 전 기록된 미세먼지 수치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아이들의 ‘숨 건강’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측정 정보가 모든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정확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된 대기질 측정소에서 미세먼지 정보를 받아보는데, 우리가 사는 곳과 대기질 측정소 사이에 ‘거리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까운 곳에서 측정한 대기질 수치가 더 정확할 수밖에 없다. 환경 전문가들은 대기질 측정소가 반경 4km를 벗어날 경우, 측정값이 부정확하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4km 안에 있는 측정소로부터 받는 미세먼지 정보는 ‘안전값’에 해당하지만, 4km를 벗어난 측정소에서 받는 미세먼지 정보는 ‘불안전값’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제작 도구 : datawrapper

예를 들어 앞서 이야기했던 A씨의 첫 째 자녀가 다니는 남양주시 한별초등학교를 보자. 아침에 주부 A씨가 받아 본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측정값은 아이들이 다니는 한별초등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별내동 측정소’에서 잰 정보다. 별내동 측정소와 한별초등학교의 거리는 약 0.7km다.

제작 도구 : datawrapper

반면, 경기도 양주시의 은현초등학교를 보자. 이 초등학교에서 가장 가까이 운영 중인 미세먼지 측정소는 양주시 보산동에 있다.

은현초등학교에서 6km가량 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초등학교 주변의 미세먼지 정보는 6km 거리에 있는 측정소에서 받게 되는데, 결국, 은현초등학교의 미세먼지 측정값은 ‘비안전값’에 해당하는 4km 바깥의 측정소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공기질 수치를 초등학교에 적용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은현초등학교 정문 앞 6차선 도로에는 매일 각종 화물차가 통행한다. 초등학교 주변에 아스콘 공장, 폐기물 수집 업체 등이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수치에는 바람, 지형 등 다양한 요소가 미치는 데 ‘거리'가 가장 중요하다. 측정 지점과 내가 있는 곳이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측정값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적정 측정값을 나타내는 유효한 거리는 반경 4km 이내다. 측정소로부터 반경 4km 이내에 있을 경우 ‘미세먼지 정보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 있지만, 4km 밖으로 벗어난 경우 ‘미세먼지 정보의 사각지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은현초등학교처럼 측정소로부터 4km 이상 떨어진 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몇 곳이나 될까? 살아지구와 뉴스타파가 전국 대기질측정소 위치정보와 초등학교 위치 정보를 교차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질 측정소로부터 4km 이상 바깥에 있는 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1,878개였다. 2024년 10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는 6316곳인데, 측정소 4km 반경에 들어가지 않는 초등학교는 1878곳이다. 약 29.7%가 미세먼지 ‘유효 측정값’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전국 시도별로 보면, 미세먼지 ‘유효 측정값’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초등학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 두 번째가 전라남도였다.

강원도 내 초등학교 366개 중 57.1%인 209개가 측정소로부터 4km를 벗어났다.

전라남도는 전체 초등학교 452개 중 257개, 56.8%가 측정값이 유효하다고 할 수 없는 ‘미세먼지 사각지대’에 속했다. 뒤를 이어 경상북도는 전체 491곳 학교 중 268곳(54.6%)이, 충청남도는 422곳 전체 학교 중 218곳(51.6%)가 사각지대에 속했다.

반면, 대도시의 초등학교는 4km 안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605개 초등학교 가운데, 측정소로부터 4m를 벗어난 학교는 4개(0.6%)뿐이었다.

부산광역시는 304개 초등학교 중 8개(2.6%)에 불과했다. 그 다음으로는 광주광역시가 144개 학교 중 8개(5.2%)로 나타났다.

정확한 미세먼지 수치는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기초적인 정보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과연 얼마나 떨어진 대기질 측정소로부터 측정값을 받는 것일까? 혹여 유효값을 줄 수 없는 4km를 벗어난 곳은 아닐까? 아래 <미세먼지 사각 초등학교 검색기>를 통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측정소 간 거리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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